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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내가 말하는 언어가 10년 뒤 사라진다면?

by gold-pass-blog 2025. 2. 10.

1. 언어 소멸의 시작: 일상 속에서 점점 줄어드는 사용 빈도

우리가 매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언어가 단 10년 뒤에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어의 소멸은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젊은 세대의 언어 사용 감소다. 경제적 이유로 더 널리 쓰이는 언어를 배우게 되면서, 모국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과거 아일랜드에서 널리 사용되던 **게일어(Irish Gaelic)**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일상적인 언어였지만, 영어 중심의 교육과 경제 활동이 확대되면서 점차 사용자가 줄어들었다. 현재 게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아일랜드인은 영어를 주로 사용한다.

언어 소멸의 초기 단계에서는 가정 내 언어 사용 패턴의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부모 세대가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해당 언어는 한 세대 만에 급격히 쇠퇴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으로, 정부의 강제 동화 정책과 도시화로 인해 젊은 세대가 영어를 사용하면서 전통 언어가 빠르게 소멸했다.

결국, 언어가 사라지는 첫 번째 신호는 일상 속에서 점차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언어가 10년 뒤에 사라진다면, 오늘날 우리가 하는 대화가 미래에는 기록 속에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2. 언어와 정체성의 붕괴: 내 언어가 사라지면 나는 누구일까?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정 언어가 사라지면, 그 언어로 표현되던 가치관, 사고방식, 전통도 함께 사라질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오키나와의 류큐어(Ryukyuan languages)**는 한때 오키나와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던 언어였으나, 일본 정부가 일본어 사용을 강제하면서 점차 소멸했다. 류큐어를 사용하던 세대는 일본어로 대체되면서, 류큐어에 담겨 있던 독특한 문화와 사고방식도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언어는 단어와 문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정한 언어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개념들이 존재하며, 그것이 사라지면 해당 문화의 중요한 부분도 소실된다. 예를 들어, 이누이트(Inuit)족의 언어에는 눈(snow)을 표현하는 수십 개의 단어가 존재하는데, 이는 그들의 생활 방식과 환경을 반영한다. 만약 이 언어가 사라진다면, 단순히 단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누이트족이 수천 년 동안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발전시켜온 사고방식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내가 말하는 언어가 사라진다면, 나의 정체성도 흔들리게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조상들이 사용하던 언어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없으며, 우리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단절될 것이다.

 

3. 사회적 단절과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

언어가 사라지는 또 다른 문제는 세대 간 소통 단절이다.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사용하던 언어가 사라진다면, 우리 부모님 세대와의 소통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나바호어(Navajo)는 한때 수십만 명이 사용하던 언어였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젊은 세대가 영어를 사용하면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그 결과, 나바호 원주민 공동체 내에서 조부모 세대와 손자 세대 간의 언어적 단절이 심각해졌으며, 가족 내에서 전통을 전승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언어가 사라지면 그 언어로 전해지던 구전 지식, 민속 이야기, 전통적인 노래와 같은 문화유산도 함께 사라진다. 만약 내가 쓰는 언어가 10년 뒤에 사라진다면, 내 아이들은 조부모님과 대화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속담, 격언, 역사적 이야기들은 더 이상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언어 소멸은 단순히 한 공동체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단절과 문화적 다양성의 위축을 초래한다. 언어가 줄어들수록,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개념과 사고방식도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내가 말하는 언어가 10년 뒤 사라진다면?



4. 언어를 지키기 위한 노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만약 내가 쓰는 언어가 10년 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세계 곳곳에서 소멸 위기의 언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교육과 기록 작업이 중요하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어(Māori)와 하와이의 하와이어(Hawaiian)처럼 한때 거의 사라질 뻔했던 언어들도, 정부와 공동체가 협력하여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면서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언어를 미래 세대에게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학교에서 정규 교육 과정으로 도입한다면, 소멸 위기를 막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보존 작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많은 언어학자와 IT 기업들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소멸 위기의 언어를 기록하고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Endangered Languages Project"는 전 세계 소멸 위기 언어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로, 누구나 참여하여 언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그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쓰는 언어가 10년 뒤 사라질 위험이 있다면, 나는 지금부터라도 그 언어를 더 자주 사용하고, 젊은 세대가 배울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언어는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우리 정체성의 일부다.

언어가 사라지면, 단순한 말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사라진다. 내가 쓰는 언어를 지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며,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