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어

AI가 희귀 언어를 살릴 수 있을까?

by gold-pass-blog 2025. 2. 10.

1. 소멸 위기의 희귀 언어: 사라지는 문화유산

전 세계적으로 약 7,000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21세기 안에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현재 약 2주마다 하나의 언어가 소멸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 전승되지 않는 희귀 언어들은 단 몇십 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희귀 언어가 사라지는 주요 원인은 세계화와 도시화, 강대국 언어의 확산, 그리고 정부의 표준어 정책이다. 경제적 이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더 널리 쓰이는 언어(예: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를 배우면서, 소수 언어의 사용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특정 언어를 공용어로 지정하고 교육과 행정에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면, 소수 언어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미국과 캐나다의 원주민 언어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수십만 명이 사용했지만, 정부의 강제 동화 정책과 기숙학교 시스템(Residential Schools)으로 인해 젊은 세대가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면서 점차 사라졌다. 현재는 일부 원어민 노인들만이 기억하는 언어가 되어버린 상태다.

이처럼 희귀 언어의 소멸은 단순히 단어와 문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통해 전해지던 역사, 전통, 구전 문학, 생활 방식까지도 함께 잊혀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최근 AI(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희귀 언어들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AI는 사라지는 언어를 되살릴 수 있을까?

 

2. AI를 활용한 희귀 언어 보존 프로젝트

AI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제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언어의 구조를 파악하고 학습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희귀 언어를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AI 기반 프로젝트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의 "Endangered Languages Project"**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사라져 가는 언어들을 디지털화하여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각 언어의 문법과 어휘, 원어민의 발음을 기록하고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가 해당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또한,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AI 연구팀은 희귀 언어를 복원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가 부족한 희귀 언어도 AI가 자동으로 언어 패턴을 분석하고, 문법과 단어 구조를 예측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와 유사하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AI를 활용한 원주민 언어 번역기가 개발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수백 개의 원주민 언어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사용자가 극히 적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가 원주민 노인들의 음성을 분석하고, 문장을 자동 번역하여 기록하는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희귀 언어도 데이터화하고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실제로 사라진 언어를 되살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AI가 희귀 언어를 살릴 수 있을까?

 

 

3. AI가 언어를 살리는 데 한계는 없는가?

AI가 희귀 언어를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완전한 복원에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첫째, AI는 원어민의 실제 사용 환경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다. 언어는 단순한 단어와 문법의 조합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형성하는 살아 있는 체계다. 예를 들어, 어떤 단어는 특정한 제스처나 억양과 함께 사용될 때만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데, AI가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둘째, 데이터 부족 문제가 있다. 희귀 언어는 대개 사용자가 적고, 기록된 문서나 음성 데이터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AI가 언어를 학습하려면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만, 희귀 언어의 경우 기본적인 텍스트나 녹음 자료조차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AI 학습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셋째, 언어 부활에는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AI가 희귀 언어를 분석하고 복원하더라도, 실제로 이 언어를 사용할 사람이 없다면 결국 그 언어는 다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언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어민들이 적극적으로 해당 언어를 사용하고, 젊은 세대가 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처럼 AI가 희귀 언어를 보존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단순히 기술적인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사용자들의 참여와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4. AI와 인간이 함께 언어를 지키는 방법

AI 기술을 활용하여 희귀 언어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간이 협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AI가 언어를 데이터화하는 것을 넘어, 실제 사용자가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첫째, AI 기반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챗봇을 활용하여 희귀 언어로 대화를 연습할 수 있는 앱을 만들거나, AI 음성 인식을 통해 원어민 발음을 학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듀오링고(Duolingo) 같은 언어 학습 앱에서는 소수 언어 강좌를 추가하고 있으며, AI를 활용한 발음 교정 기능도 도입되고 있다.

둘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젊은 세대가 희귀 언어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멸 위기 언어로 된 애니메이션, 게임,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하와이에서는 하와이어(Hawaiian)로 된 만화와 게임을 개발하면서 젊은이들의 언어 학습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셋째, 원어민 공동체와 협력하여 실제 사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AI가 기록한 언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서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원어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 행사와 워크숍을 개최하면 언어의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

결국, AI는 희귀 언어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언어 부활을 위해서는 공동체의 참여와 교육 시스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AI와 인간이 협력할 때, 사라져가는 언어들을 되살릴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