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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언어의 마지막 수호자: 사라지는 언어를 지키려는 사람들

by gold-pass-blog 2025. 2. 10.

1. 사라지는 언어의 위기: 언어 소멸의 현실과 원인

전 세계에는 약 7,000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금세기 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매년 평균 25개의 언어가 소멸하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가 한 달에 두 개의 언어를 잃고 있다는 의미다. 언어 소멸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언어에 담긴 역사, 문화, 정체성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가 소멸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세계화와 도시화다. 경제적 기회와 교육을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소수 언어 사용자는 점차 대다수 언어(예: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전환하게 된다. 또한, 정부의 언어 정책 역시 소수 언어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과거 식민 지배를 받았던 지역에서는 식민 지배국의 언어가 공용어로 지정되면서 토착어가 점차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 발전도 언어 소멸에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영어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영어에 익숙해지고 모국어 사용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처럼 언어 소멸은 단순한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복합적인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요인의 결과물이다.

 

2. 언어를 지키는 사람들: 마지막 화자와 언어 보호 운동가

사라지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마지막 화자(Last Speakers)**다. 마지막 화자는 특정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마지막 생존자로, 그들이 사망하면 해당 언어도 영원히 사라진다. 대표적인 예로, 2010년 멕시코에서 사망한 마리아 라스카노(Maria Lascano)는 아이악어(Ayak Language)의 마지막 화자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남과 동시에, 수천 년 동안 존재했던 이 언어도 소멸되었다. 이를 막기 위해 언어학자와 언어 보호 운동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멸 위기 언어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언어학자인 데이비드 해리슨(David Harrison)은 사라지는 언어를 기록하고 문서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보존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소멸 위기 언어를 다시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와이 원주민들이 하와이어(Hawaiian)를 부활시키기 위해 학교에서 가르치고, 뉴질랜드에서는 마오리어(Māori)를 되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언어는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 부활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언어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언어의 마지막 수호자: 사라지는 언어를 지키려는 사람들

 

3. 디지털 기술과 언어 보존: AI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기록 작업

최근 들어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언어 보존을 위한 혁신적인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언어 기록 및 복원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라지는 언어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사라지는 언어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언어학자와 협력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를 활용한 번역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음성 인식 기술과 자연어 처리(NLP)**를 활용하여 소수 언어를 디지털화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MIT 미디어랩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언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동으로 사전과 학습 자료를 생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개발된 **"Endangered Languages Project"**는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언어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누구나 접근하여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기술적 노력 덕분에 과거에는 기록할 수 없었던 언어들도 문서화될 수 있으며, 심지어 AI 기반 번역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화자들이 학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언어를 완전히 되살릴 수 없으며, 실제로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4. 언어 보존의 미래: 우리가 해야 할 일과 사회적 책임

사라지는 언어를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학자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이를 보존하는 것은 인류 전체의 공동 책임이다. 각국 정부는 소수 언어 보호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를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거나, 공식 문서와 방송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언어 보존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도 중요하다.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 기구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 비영리 단체들이 협력하여 언어 보존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도, 우리는 소수 언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배우거나 기록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 강좌를 통해 소수 언어를 배우거나,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언어 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소수 언어를 배우고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는 한 번 사라지면 다시 복원하기 어려운 만큼, 지금 당장 보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인류의 지식과 문화의 한 조각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언어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