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체의 본래 임무 – 면역의 기억과 기록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서 B세포는 특별한 역할을 맡는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면, B세포는 그 침입자를 기억하고
그에 맞는 **항체(antibody)**를 만들어 방어한다.
《Janeway’s Immunobiology》는 이를
“면역이 과거의 전투를 기억하고 다시 대비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즉, 항체는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학습된 보호 장치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억이 잘못 저장될 때 발생한다.
항체가 지켜야 할 대상을 잊고,
오히려 자기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자가항체(autoantibody)’가 만들어진다.
이 순간부터 방패는 칼로 변하고,
면역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 자가항체의 작용 원리 – 잘못된 신호의 화살
《The Autoimmune Diseases》(Elsevier)는
자가항체를 “잘못된 신호의 화살”이라 표현한다.
정상적인 항체는 병원체에 결합하지만,
자가항체는 오히려 정상 단백질과 조직에 결합하여 염증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예가 루푸스(SLE)에서 나타나는 항DNA 항체다.
이 항체는 혈관 속을 순환하며
세포핵 성분과 결합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면역반응이 전신 염증으로 이어진다.
《Clinical Immunology》는 이를
“면역의 자기 공격(self-directed inflammation)”이라고 명명한다.

💬 EBS 명의의 환자 이야기
EBS 《명의》 자가면역질환 편에 등장한 한 루푸스 환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몸을 지키던 항체가 나를 공격한다고 했어요.
이건 전쟁이 아니라, 혼란이었어요.”
이 짧은 말은 자가항체 질환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
면역은 적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진 시스템이지만,
그 구분 기준이 무너지는 순간,
몸은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
🌿 치료의 핵심은 ‘기억의 수정’
《Clinical Immunology》는
자가항체 치료의 핵심이 억제가 아니라 재교육이라고 말한다.
즉, 잘못 학습된 B세포의 기억을 다시 쓰는 것이다.
생물학적 제제인 리툭시맙(Rituximab) 은
B세포 중 잘못된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만 선택적으로 감소시킨다.
이는 면역을 없애는 치료가 아니라,
면역의 방향을 바로잡는 치료에 더 가깝다.
《Human Physiology》(Guyton & Hall)는
면역 세포의 행동은 환경과 신경-호르몬 상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설명한다.
즉, 숙면, 규칙적 스트레스 관리, 항산화 식단, 장내 미생물 균형 회복은
약물치료만큼 기억 재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면역은 단순히 ‘강하게’ 또는 ‘약하게’가 아니라,
정확해야 한다.
📚 참고문헌 및 자료
《Janeway’s Immunobiology》
《The Autoimmune Diseases》(Elsevier)
《Clinical Immunology》
《Human Physiology》(Guyton & Hall》
EBS 《명의》 자가면역질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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